음식물쓰레기종량제(종량제) 실시 이후 변기와 싱크대 하수구에 음식물을 버린다는
시민들이 늘어 실제 정책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서울지역 25개 자치구가 순차적으로 종량제를 실시한 이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연말까지 이 추세가
유지되면 연 170억 원의 음식물 처리비용을 절감하는 정책 성과를 볼 수 있다”며 “오는 9월 3일 서울 25개 자치구 부구청장 회의를 열고 종량제 시행 6개월에 대한
평가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감소 실적이 과연 당초 기대했던 제도 취지 덕분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종량제는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에 비용을 매겨 시민들로 하여금 음식물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줄이게 하는 데 정책 목적이 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보다 종량제 봉투 구입 불편과 악취 등을 이유로 변기나 싱크대 하수구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간편한’
방식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 거주하는 박모(36) 씨는 “종량제 실시 이후 모든 음식물쓰레기를 변기로 처리하고 있다”며 “봉투를 돈 주고 사기도 아깝고 습기 많고 무더운 여름철에 봉투를 채우기 위해 음식물을 실내에 방치해 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싱크대 하수구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분쇄기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시는 이런 부작용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집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변기와 싱크대를 통해 배출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하수도와 오수정화조 등의
관리를 담당하는 시 도시안전실 관계자는 “서울의 85% 이상의 하수도가 폐수와 오물이 함께 지나가도록 설계돼 있는데다 하수도 유속이 느려 하수도가 막히거나 악취가 진동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환경부에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음식물분쇄기 허가를 내주지 않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각종 매체를 통한 음식물분쇄기 상품 광고가 종량제 실시 이후 급증하고 있다.
변기 투기의 경우 변기가 막히지 않는 한 음식물쓰레기가 오수정화조로 내려가서 처리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변기로 흘러들어간 음식물쓰레기는 다른 오물들과 오수정화조 밑바닥에 가라앉게 된다. 폐수는 하수도로 배출되고 찌꺼기는 부패·정화 과정에서 부피와 무게가 다소 줄어든 상태로 폐기물 처리장으로 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파트 단지에서 변기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늘면 용량이 한정된 정화조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